숀 마틴(Shaun Martin) –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
WWF 아시아-태평양 불법야생동물거래 대응 프로그램, WWF-홍콩
비비안 푸(Vivian Fu) – 선임 매니저
아시아 철새이동경로 습지 이니셔티브, WWF-홍콩
철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를 포함해 다양한 병원체의 자연적 보유숙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59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1,834편의 연구문헌을 분석한 결과, 총 1,438종의 야생조류에서 760종의 병원체가 확인되었으며, 이 중 387종은 신흥 병원체, 212종은 인수공통전염병 병원체로 분류되었습니다. EAAFP 뉴스 웹사이트를 간단히 검색해도 철새이동경로를 따라 HPAI의 확산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흥미롭게도, 이러한 병원체 확산의 원인이 반드시 조류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철새의 이동 경로를 따라 발생하는 외부 요인들—자연 습지의 전환, 산림 벌채, 급속한 도시화, 농가와의 근접성, 기후 변화 등—은 철새들이 소수의 남은 적합한 서식지에 몰리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변화는 야생조류와 가축, 인간 사이의 접촉 가능성을 증가시키며,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과 종 간 전파(spillover)의 위험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HPAI 발생 위험 또한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연결성을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로 원헬스(One Health) 접근의 기반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헬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원헬스는 사람, 동물, 생태계의 건강을 지속가능하게 균형 있게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통합적이고 통일된 접근 방식입니다. 인간과 가축 및 야생동물, 식물, 그리고 더 넓은 환경의 건강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의존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문과 분야, 사회 전반의 공동체들이 함께 협력하여 건강과 생태계 위협에 대응하고, 동시에 깨끗한 물, 에너지, 공기,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 확보, 기후 변화 대응,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함께 이끌어 나가는 접근 방식입니다.”
2022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 구성된 4개 기관 협력체(Quadripartite)가 정부 부처를 위한 원헬스 공동 행동계획(OH-JPA)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계획은 미래의 보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들이 제16차 당사국총회(COP16)에서 생물다양성과 건강에 관한 글로벌 행동계획을 승인하였으며, 이는 인수공통 감염병의 발생 억제, 비감염성 질환 예방,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자발적 행동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 또한 원헬스 접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감염병 발생의 주요 원인인 환경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WWF는 ‘건강한 지구를 향하여: 보전을 위한 원헬스 접근 실행’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여섯 가지 핵심 전략을 중심으로 환경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생태계 회복력(landscape immunity)
야생동물 거래 규제
예방적 의학
병원체 조기경보 및 모니터링
지속 가능한 가축 관리
행동 변화 유도
특히 HPAI는 철새에게 중요한 위협 요소로 점점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서식지 파괴, 먹이 부족, 번식지 감소는 철새의 건강과 질병 저항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태계 회복력을 중심으로 한 원헬스 접근은 철새이동경로를 따라 위치한 습지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데 매우 적절한 접근이며, 도시 및 농촌 환경과 인접한 습지에서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을 통해 전염병 확산에 대한 저항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폭풍과 가뭄의 빈도 증가, 지하수위 저하, 해수면 상승 등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우리는 철새를 단순히 질병 매개체로만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철새는 생태계 내에서 포식자, 수분매개자, 종자 전파자, 생태계 엔지니어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입니다.
EAAFP와 같은 국제 기구는 철새이동경로 전반에 걸친 습지 관리를 위한 원헬스 접근을 강조하고, 철새와 가금류 공동체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일하는 현장 전문가, 인근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원헬스 접근을 통해 질병 예방과 생태계 회복력을 동시에 실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