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AFP 인터뷰 시리즈 <버디 이야기 #11>,
[이연주 버디, “제가 알고 있는 이동성 물새들의 대부분이 동아시아-대서양주를 따라 움직인다는 과학적 사실과 소액이라도 서식지 보호를 위해 힘쓸 수 있다는 점이 후원을 결정하는 큰 계기가 되었어요.”]
[EAAFP 인터뷰 시리즈, <버디 이야기>는 철새, 생태, 환경 등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철새의 가치 및 보호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 열한 번째 주인공으로 재단법인 이에이에이에프피에 후원해주신 에세이 작가 이연주 버디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연주 버디님,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 버디님의 에세이 『새 봄』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새들을 만나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는 이연주입니다. 여러 카메라와 관련 장비를 다루는 매거진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다, 현재는 사진과 영상을 작업하는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습니다. 재직 당시 우연히 한 사진 전시회에 취재를 갔다가 새를 단순히 피사체로만 대하지 않고, 생태계를 알아감과 동시에 그들의 삶을 배려하는 ‘탐조’라는 문화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날 일종의 덕통사고를 당한 것 같아요. 원래도 동물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뭐랄까, 저어새 사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끌림이 있었거든요. 이후 주말마다 조금씩 탐조를 다니다 지금은 새들의 안부를 묻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탐조 시에 있었던 짤막한 에피소드를 브런치에 연재했고, 올해 5월, 이 원고를 단행본 한 권 분량으로 엮어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경기히든작가 공모전에 출품했습니다. ‘Bird Watching’을 직역한 『새 봄』이라는 제목을 달고요. 기술서가 아닌 에세이인지라, 새들과 마주했던 순간 제가 느낀 감상 위주로 풀어냈습니다. 새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아름다운 새들과 우리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고, 이미 탐조를 하고 있는 여러 선배들과 친구들에게는 공감으로 연대하고 싶었어요.
Q. 버디님의 에세이 『새 봄』은 사계절 동안 새를 관찰하며 담아낸 순간들로, 독자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통해 새에 대한 작가님의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책을 선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께서는 일반 대중들이 새와 탐조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후 위기 문제에 많은 이들이 경각심을 느끼듯, 자연 관찰이나 탐조에도 이전보다 관심이 크게 유입되고 있어요. 기쁜 일이죠. 하지만 늘 ‘빠르게’ 보다는 ‘바르게’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탐조가 야생에 사는 새들의 삶 속에 인간인 우리가 잠시 방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공간이 아닌 타인의 집에 가면 그만큼 예의를 차리게 되잖아요? 탐조에도 이런 매너가 필요한데 종종 그것을 잘 모르는 이들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곤 합니다. 탐조는 원래 새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내 몸이 고생해야 제맛(?)인 것 같아요. 단순히 과시할 목적의 촬영에만 치중하지 않고, 새들의 삶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반 대중들에게도 더 좋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탐조 중 겪은 예상치 못한 도전이 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 12월 31일 천수만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새해 일출과 함께 흑두루미를 봤는데요. 붉게 떠오르는 햇살 아래 흑두루미가 낙곡을 주워 먹고, 그 위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 장면을 잊지 못해 올해 10월 말 다시 천수만에 갔었어요. 이번엔 일출이 아닌 를 감상했는데, 논 가에 흩어져있던 수만 마리의 기러기들이 무리 지어 물가로 퇴근하는 장관을 목격했습니다. 탐조를 하다보면 새를 많이 만나지 못하는 날에도 멋진 풍경은 꼭 덤으로 만나게 돼요.
Q. 작가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대한민국의 서해안은 새들에게 먹을 것이 풍부해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EAAFP의 황해 생태지역 태스크포스는 서해안의 생태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보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EAAFP에서 한국의 서천 갯벌, 유부도, 신안 칠발도, 압해도 갯벌, 고창과 같은 곳이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Flyway Network Site, FNS)가 지정되어 있는데, 혹시 이러한 서식지에 대해 알고 계시거나 직접 방문해 보신 적이 있으신 가요?
천수만(EAAF046), 주남저수지(EAAF095), 우포늪(EAAF096), 낙동강하구(EAAF097)에 가봤습니다. 각 지역마다 환경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특히 우포늪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주남저수지는 늦가을, 낙동강 하구는 초겨울에 방문했었는데 각 지역의 다음 계절과 색감은 어떨지도 궁금하더라고요. 수도권에서 주로 탐조하시는 분들도 철새이동경로 사이트를 따라 버킷리스트 채우듯 한곳씩 방문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Q. 책에서 언급하신 것과 같이 ‘부지가 개발되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또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뺏기는 사례’는 현실에서 꽤나 자주 일어나는데 이런 일을 바라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또한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새들의 서식지가 개발로 인해 없어지는 사례는 수도권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책에서도 이야기한 물새 집단 서식 나무는 사실 제가 사는 동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다고 알고 있거든요. 관련 기관과 지자체 등과 싸워 개발을 막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어서 안타깝고, 때때로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여러 관심이 모여 결국 공사를 중단시킨 사례도 분명히 있어요.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것이 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책에서 ‘새를 배려한다’는 말씀하셨는데요, 새를 배려하는 것은 어떤 일일까요? 어떻게 우리가 새를 배려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배려는 ‘새들과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죠. 동시에 새들의 서식지 보존과 생태 환경 변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확실하게 배려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책 집필을 마무리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하고 계속 고민했어요. 그러다 EAAFP를 알게 되어 정기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동성 물새들의 대부분이 동아시아-대서양주를 따라 움직인다는 과학적 사실과 소액이라도 서식지 보호를 위해 힘쓸 수 있다는 점이 후원을 결정하는 큰 계기가 되었어요.
Q. 2025년 새해를 맞아 탐조인으로서 가장 조우하고 싶은 새는 어떤 새인가요?
사실 2025년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새가 있는데요. 너무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얼마 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부고를 듣게 되어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흰배중부리도요를 지구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아요.
Q.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와 재단법인 이에이에이에프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EAAFP에게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지 공유해주세요.
탐조에 입문한지 햇수로 3년이 되어갑니다.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지요. 그런 제가 아직까지 보호종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EAAFP 덕분이에요. 철새이동경로로 지정된 사이트는 해당 지역 내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명분이 되니까요. 이를 구축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기울인 EAAFP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도 버디로써 EAAFP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것을 약속드리며, 앞으로도 글과 사진, 영상으로 나마 아름다운 새들과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슴 따뜻해지는 에세이를 선물해주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연주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이연주 버디님 인스타그램 @play_archiv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