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AFP 인터뷰 시리즈, <철새, 사람을 만나다>는 철새, 생태, 환경 등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철새의 가치 및 보호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 여덟 번째 주인공으로 재단법인 EAAFP에 후원한 고려대학교 <기후 위기와 지속가능한 개발> 수업 일동을 대표로 손지연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손지연 후원자님. 후원자 일동과 후원자님 본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재학생 손지연이라고 합니다. 이번 후원을 함께하게 된 저희는 학교 수업 중 <기후 위기와 지속가능한 개발>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재단법인 EAAFP에 기부하고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을 지원하게 되셨나요?
저희가 들은 수업은 ‘기후 위기,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국내외 노력, 나아가 UN의 SDGs’에 대해 다룹니다. 수업 후반부에서는 조별 활동을 진행하는데요, 프로젝트 주제는 우리 주변의 문제를 SDGs의 관점에서 찾아보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주제를 논의하다가 한강에서 수달을 본 팀원이 있는 거예요. 수달은 멸종위기 동물로 잘 알려져 있잖아요. 그렇게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해 알아보니 이거 꽤 중요한 문제구나 싶었어요. 수업에만 머물지 말고 지금 당장 문제 해결을 위해 해볼 수 있는 걸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프로젝트 발표 외에도 스티커를 만들어 발표 당일 스티커를 판매했고, 모인 수익으로 후원을 하게 됐습니다.
Q. “기후 위기와 지속가능한 개발” 수업이 특히 이동성 물새와 관련하여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생물다양성 보전이 기후 변화 완화 및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목표와 어떤 방식으로 일치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수업을 듣고 나니 기후위기 문제가 더 어렵게 다가왔어요. 너무나 광범위한 문제라서요.
과학 기술의 발달로 그 원인과 수치를 어느 정도 규명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인간을 비롯하여 지구에 사는 수많은 생물들, 또 여러 과학적 현상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관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연구하고, 열정으로 저희를 가르치시는 교수님과 수업 연구원님, 여러 연사님들, 조교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앞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럼 다음은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중 이동성 물새와 관련하여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절실히 느낀 건, 과거에는 각종 개발로 인해 동식물의 서식지가 직접적으로 파괴되었다면 오늘날에는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물론 과거의 양상도 존재하지만요) 기후 위기로 인해 그들의 생태계가 서서히 파괴되고 있음을 알게 됐을 때였어요.
IUCN와 IBPES 자료를 찾아보니 수십 년 내에 멸종할 것으로 예측되는 동식물은 백만 종, 2010년 대에 들어 자연발생적 멸종 대비 467배 속도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균형을 이루던 것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기면 단기적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전체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잖아요.
특히 이동성 물새는 한 지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륙과 대륙을 오간다는 점에서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기후위기와 더 큰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지구 환경에 맞춰 이동하며 번식해오던 것이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해 비행 예측에 착오가 생긴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되니까요. 이는 단순히 한 종의 위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도미노처럼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테고요.
진정한 지속가능한 개발은, 항상 롱텀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수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1)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2) 예방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2)의 경우 현재는 피부로 느끼기 어려우니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영역이고요. 생물다양성은 전체 균형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잊히기 쉬운 것 같아서 특히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Q. 이동성 물새 보전을 촉진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대학과 교육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이라 답변이 좀 어려운데요.
저의 경우 기후 위기 문제를 바라볼 때 “이게 진짜 문제야?”라는 의심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책 읽어보고, 자료 찾아보면 진짜 문제인 건 맞았거든요. 근데 문제 사이즈가 워낙 크다보니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앞서 답변했던 것처럼 수업을 통해 좋은 롤모델들을 만나게 되니… ‘그래 뭐라도 하자. 적어도 놓치지는 말자’ 이런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정리하자면 관심이 생겼을 때 충분히 질문 던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호기심을 풀어줄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교육기관에서 꼭 선택지를 마련해줘야 하고요. 혹여나 저처럼 비관하게 될 때를 대비해 함께하는 사람들, 우리가 기대하는 변화들을 계속 보여줘서 비관으로부터 끄집어 내줘야 할 것 같아요.
Q. EAAFP는 현재 대중인식 증진 교육 프로그램, 민간단체 지원사업, 기업 챔피언십 프로그램 등 다방면에서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중인식 증진’ 은 이동성 물새와 인간이 함께 살아갈 내일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대중인식을 높이기 위해 EAAFP가 어떠한 정보 또는 기회를 더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후원자님과 같은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 또는 기회는 무엇이며, 이동성 물새와 그들의 서식지 보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직접 보는 거요. 생각해보면 제 모든 관심사의 출발은 직접 보는 것에서 출발했더라고요. 생태학자이신 최재천 교수님의 책 중에서 ‘알아야 사랑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매우 동감해요. 이런 존재도 있구나. 이런 존재들은 이 곳에 사는구나.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게 생겼구나. 이런 자연스러운 생각들이 일렁일 수 있도록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재단법인 EAAFP에 대한 기부 이후 보전노력에 기여하는 것과 관련하여 후원자님의 향후 포부와 목표는 무엇인가요?
환경과 관련한 분야를 진로로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제 나름의 영역에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해 교육과 인식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던 손지연 후원자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이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보전 노력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으시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손지연 후원자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