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AFP 인터뷰 시리즈, <버디 이야기>는 철새, 생태, 환경 등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철새의 가치 및 보호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 열 번째 주인공으로 재단법인 EAAFP에 후원해주신 음악가 기나이직 버디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기나이직 버디님,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드는 기나이직이라고 합니다. 크고 시끄러운 비트가 가득한 컴퓨터 음악을 만들고 종종 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Q. 현재 어떤 작업을 진행 중이신가요? 최근 작업물도 새 또는 자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올해 초 몇 차례의 공연 이후로 건강상의 이유 및 심적 여유 회복을 위해 반년 정도 휴식을 취했습니다. 현재는 동료 음악가의 앨범 프로듀싱, 협업 EP 등을 준비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음악 스타일을 조금 바꾸어 앨범을 내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새 또는 자연에 대한 내용을 담아 작업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닙니다. 저는 가사 없는 댄스 음악을 만드는데 개인적으로는 언어적이거나 심도 있는 내용을 잘 안 담게 되더라고요. 다만 새와 관련된 일화나 영감을 받은 제목을 만들어두고, 이미지가 잘 맞는다 싶은 작업물에 해당 제목을 붙인 적도 있습니다.
<자꾸만 돌아오게 돼>에서 연주했던 한 미공개 곡에는 ‘김밥의 맹세’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화성호 탐조 중 눈앞에서 도요새가 트럭에 깔려 죽는 광경을 목격하고 근처의 편의점에서 새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무력하게 김밥이나 먹고 있었던 일화에서 만든 제목입니다. 이처럼 새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거나 새를 연상시키는 제목을 몇 개 지어두었는데, 앞으로의 작업물에서도 이 제목들을 사용할 일이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새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었나요? 새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버디님의 삶과 음악 작업에 생긴 변화가 있을까요?
성인이 될 무렵에 어쩌다 보니 부엉이와 올빼미에 빠져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집 근처의 절에서 여름에 신기한 새 소리가 나서 무작정 온갖 새 소리를 검색해보니 솔부엉이 울음소리였습니다. 새라는 것이 단순히 화면 속의 예쁘고 흥미로운 존재에서 피부와 감각에 맞닿기 시작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새를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가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넘어, 이전에는 신경 쓸 일이 없었던 훨씬 많은 곳으로 제 생각을 데려다 놓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탐조를 시작한 후 저 스스로가 새들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지 느끼게 되었다고 주변에 종종 설파합니다. 똑같이 예쁘고 귀엽다는 키워드로 소비되는 많은 동물에 비해 새들은 철저하게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야생의 존재로 인식되고 실제로도 그렇잖아요. 그런데 단순히 ‘야생에 새가 많다’라는 문장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산과 강에 나가 그들을 눈과 카메라에 담으려는 저의 존재가 사실은 그들에게 매 순간 경계 대상일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는 순간 ‘야생’이라는, 감히 섣불리 통제하지 못할 초월적인 세계 속에서 제가 한없이 작아지는 경험, 이 둘은 너무나도 다른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단순히 새에 대한 것이 아니게 되는 거죠. 야생, 자연, 환경, 생태, 기후, 이런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을 지도요.
이제 저는 숲속에서 진행하는 페스티벌의 소식을 들었을 때 소음과 광해 문제를 먼저 떠올려야 하고, 릴스에서 보게 되는 섬의 생태를 한 번쯤 검색해 봐야 하고, 향후 만들 피지컬 앨범에서 플라스틱을 줄일 방안이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하고, 가능하면 공연을 기획하면서 쓰레기를 줄여야 하고(<자꾸만 돌아오게 돼>의 경우 트래쉬버스터즈에 문의를 드렸지만, 당시 소규모 식기 대여 서비스가 리뉴얼 중이라 안타깝게 무산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새를 더 좋아하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면서도 그런 저조차 날개 달린 털 뭉치만 바라볼 줄 아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일련의 과정을 실천하는 중에 스스로를 속이거나 실수를 한 적도 많았고, 어쩔 수 없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함에 한계를 느낀 적도 많았어요. 다만 스스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꼭 답을 찾으려 하는 편이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은 잃지 않으려 해요. 여기까지 이르게 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Q. 작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 세계 철새의 날에 <자꾸만 돌아오게 돼(Love Migration)> 을 기획하고 공연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재단법인과 EAAFP 사무국 직원들도 관객으로 함께 했는데요. 철새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음악을 통해 즐기며 알아갈 수 있었던 뜻깊은 공연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멋진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연 중에 새를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해서 <자꾸만 돌아오게 돼(Love Migration)> 공연을 기획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러한 공연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를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자꾸만 돌아오게 돼>의 첫 단추는 독립 음악/언더그라운드 신이 자생하는 모습과, 철새의 생태 그리고 그들의 도래지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크게 닮았다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대형 산업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밀려 설 곳을 잃어 가는 라이브클럽처럼 철새도래지와 조류 서식지도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져 가지만, 인디/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와 철새 각자에게는 매번 돌아오게 되는 확고한 공간이라는 점에서요.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공연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공연의 모습이나 라인업은 몇 차례 변동이 있었지만, 그 기본 골자는 잃지 않으려 했고, 공연 수익의 절반을 기부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이후 ‘잔다리 라이브 투어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어 아티스트 페이, 홍보, 작가 섭외 등에 드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재단법인 EAAFP에도 더욱 편한 마음으로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이동성 물새와 그들의 서식지 보전하는 데 있어 음악과 같은 예술을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더 많은 예술가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 음악이 사람이 한가득 모여야만 성립될 수 있는 장르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보니 예술과 사회참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느낍니다. 지금은 생물 다양성과 서식지 보전 등에 대한 인식을 모든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것이 우선인 때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생태에 대한 관점들은 우리의 피부나 삶에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일이 많이 없다 보니 다른 사회 주제보다도 다뤄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끼는 편이고, 다루더라도 다소 인간 중심적인 기준 – 인간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인간이 느끼기에 어떠한 지, 인간이 실행하기에 적합한지 – 이 적용되어 선별된 주제에만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선행하는 과정에서 예술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아티스트 본인이 속한 공동체 그리고 관객들에게 기존의 정보 전달 매체가 전할 수 없는 감각의 영역이 뾰족하게 찔리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감각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은 좋은 무기가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Q. 음악가 기나이직으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요?
최근 제 진심을 믿고 최대한 솔직함을 지킬 것을 평생 관철할 목표로 삼았어요.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을 바탕 삼아서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기고 싶은 것은 최대한 많은 동료 아티스트들을 서포트 하는 것, 그 다음은 내년 중으로 정규 3집을 발매하는 것이겠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기나이직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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